유독 침체기인 넷플릭스의 신작이 오리지널로 나왔습니다. 제목은 '브레이즌'(brazen)입니다.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을 영화화 한 작품인데, 1980년대 후반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노라 로버츠'의 소설 'Brazen Virtue'를 각색한 것이라고 합니다. 'Brazen Virtue'는 영화 속 주인공이 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데 '뻔뻔함의 미덕'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오면서 '미덕'은 빠지고 '뻔뻔함'만 남았군요.
그래서 그런지 영화도 좀 뻔뻔합니다. 사실 그다지 끌리지는 않았지만, 추리물이라고 해서 봤습니다. 추리물 하면 역시 최근엔 '나이브스 아웃'이 있군요. 007이 나와서 밀실 살인의 범인을 잡는 꽤 재밌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어떨까요? 예, 꽝입니다. 넷플릭스가 또 한 건 했습니다. 왜 꽝인지 같이 보시겠습니다. 뻔뻔한 영화 '브레이즌'입니다.
-'브레이즌' 줄거리와 결말
유명한 범죄 스릴러 소설가 '그레이스 밀러'(알리사 밀라노)는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동생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갑니다.
도심이 외각에 살고 있던 동생은 한동안 마약중독자였으나 이젠 새 출발을 하여 학교 영어교사로 일하며 이혼할 때 헤어졌던 아들을 되찾기 위해서 노력 중이었습니다.
'그레이스'는 당분간 동생의 집에서 머물기로 하는데, 옆 집에 살던 멋진 형사 '에드'(샘 페이지)와 만나 초반부터 불꽃이 튀는 연애를 시작하려 합니다. 그런데, '그레이스'의 동생이 처참하게 살해된 채로 발견되면서 사건은 시작됩니다.
사실 동생은 부족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판타지 TV'라는 인터넷 성인 방송에 코스튬 복장으로 출현해 왔었습니다. 그러한 동생의 힘든 삶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언니인 '그레이스'는 자신의 '범죄 소설 작가'라는 특징을 살려 형사 '에드'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려 합니다.
용의선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로는 전 남편, 판타지 TV의 관계자와 시청자, 그리고 학교에서 동생의 인터넷 방송을 알고 있던 몇몇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레이스'와 '에드'는 이런 사람들의 알리바이와 범인의 사건 동기를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성인 방송의 다른 출연자들도 죽임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사건은 더욱 미궁으로 빠지게 되는데 끝까지 범인을 잡으려 하던 '그레이스'는 냉철한 추리와 자신이 직접 인터넷 방송에 출현하는 위험까지 감수하여 결국 범인을 잡게 됩니다.
그 범인은 바로... (그래도 추리물이니 여기까지 보시고 관심이 생기면 한 번 보시길 바랍니다. 아니면 댓글로 문의하세요)
주인공 작가입니다. 그녀가 출간한 베스트셀러 'Brazen Virtue'가 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시놉시스에 보면 '사건의 동기를 추적하는데 동물적인 감각을 지닌 그녀'라고 나와있습니다. (아... 넷플릭스도 뻔뻔하네...)
그녀의 감각은 잘 모르겠고, 제 감각으로 볼 때 그녀의 행동이 전체적으로 많이 어색합니다. 한 편의 영화가 아니라 마치 계속 연재해오던 시트콤의 연기를 하는 것 같아서 보는데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뭐... 그냥 그렇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형사입니다. 꽤 유능한 형사로 나오는데 주인공 '그레이스'와 한 팀을 이루어서 사건을 해결합니다. 주로 몸 쓰는 일을 맡고 있는데 그 몸을 쓰는 것도 어색합니다. 그 역시도 왠지 드라마의 한 캐릭터를 가지고 온 듯합니다.
주인공과의 러브러브 한 장면도 잠깐 나오는데, 그때의 대사들이 원작이 80년대 후반 이란 것을 감안해도 너무 오글거려서 (질 투아 님, 정신은 챙긴 상태임) 집중이 안됩니다.
동생은 생활비를 위해 성인 인터넷 방송에 출현하고 있습니다. 원작에는 전화방으로 나오는데 아무래도 세월이 흘렀으니 매체가 바뀐 모양입니다. 여기서 코스튬을 하고 채찍을 휘두르다가 결국 범인에게 죽게 됩니다.
문제는 이렇게 인터넷 방송을 운영하면 극 중 인터넷 방송사인 '판타지 TV'도 조만간 폐업할 것 같습니다. 채찍을 휘두르면서 자꾸 소리 지르는데 전혀 감흥이 없고 민망하기만 합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BJ들을 못 본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못 봤습니다)
여느 추리물처럼 이 영화도 몇 명의 용의자들을 깔아 놓고 시작합니다. 그중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바로 돈도 많고 빽도 많은 전남편입니다.
학생 중 한 명인데 역시 용의자입니다. 초반부터 무게 잡고 반항을 하는 것이 떡밥 깔아놓고 나중에 관객의 뒤통수치려고 만든 캐릭터라는 것이 티가 너무 납니다.
잘생기고 매력 있는 이 학생도 용의자입니다. 계속 선생님('그레이스'의 동생)에게 호감을 보이고 있어서, '비뚤어진 사랑의 비극!'이라는 콘셉트로 가려는 작가의 의도가 많이 보입니다.
-'브레이즌' 별점 및 한줄평
*별 점 : 5점 만점에 1.5점
*한줄평 : 제목 따라간다는 말은 사실인가 보다
추리 로맨스라는 장르는 사실, 예전에 유행하던 장르이긴 합니다. 공직자와 민간인(주로 형사와 사건 조력자)의 형식도 오래된 미국의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입니다.
이 영화는 그런 오래된 장르와 형태를 가지고 와서 일단 접근성이 용이한 것은 장점입니다. 하지만, 너무 그대로 가져오다 보니 높아진 시청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복선과 다 알 것 같은 반전은 이미 영화에서 '추리'라는 부분의 흥미를 잃게 만들었고, 로맨스라는 형태도 그다지 강하지 않아서 많이 밋밋합니다.
무엇보다도 주인공인 '그레이스'가 이 영화에서 전혀 매력 발산을 못하고 있습니다. 행동과 연기는 코믹에 가까운데 캐릭터는 진지한 연기를 원하고 있어서 뭔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입니다.
마치 '사랑과 전쟁의 영화판'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의, 어색한 캐릭터와 서사 그리고 연출이 보는 동안 '정말 제목대로 가는구나' (원제는 '뻔뻔한 미덕')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너무 안 좋은 이야기만 써서 살짝 양념을 치자면... 말씀드렸던 것처럼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작품이기에 새로움보다는 친숙함을 찾는 분들께는 혹시나 취향에 맞지 않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생각뿐이고 추천할 생각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뻔뻔한 영화 '브레이즌'이었습니다.
불타는 금요일에 좀 더 멋진 작품을 추천드려야 하는데 '불에 다 타버린' 작품을 보여드린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그럼에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빠마저씨였습니다.
아, 이 정도의 후기로도 결말이 궁금하시면 댓글로 문의하시면 답변드릴게요. 모두들 주말의 시작 잘 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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