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중에 여주인공이 웃고 있는 포즈의 영화는 대부분 '로맨스 영화'입니다. 요즘 부쩍 로맨스 영화가 많이 나와서 골라보기 힘들어 그냥 전부 다 무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꾸준한 순위권에 평이 나쁘지만은 않아서 봤습니다. '두 인생을 살아 봐'입니다.
연륜이 되시는 분들은 '그래 결심했어!'로 시작하는 '인생극장'을 떠올리실 수도 있고, '슬라이딩 도어즈'라는 '기네스 펠트로' 주연의 영화가 생각나실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사건의 발생 유무에 따라서 달라지는 주인공의 두 가지 삶을 모두 보여주는 영화 '두 인생을 살아봐'입니다. 로맨스 영화는 아닙니다. 그냥 인생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두 인생을 살아봐' 줄거리와 결말
'내털리'와 '게이브'는 각 자의 꿈을 가진 고등학교 동창입니다. 어느 날, 한 순간의 해프닝으로 그 둘은 사랑을 나누게 되는데 그 후 졸업 파티에 '내털리'가 혹시 몰라 임신 테스트를 하면서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 이야기는 '임신을 한' 내털리와 '임신을 안 한' 내털리가 나누어지면서 각 자의 상황에서 정말 다르게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먼저 '임신한' 내털리는 자신의 꿈인 애니메이터를 포기하고 부모님의 집으로 들어가 출산하고 육아를 시작합니다. 그녀는 '게이브'의 청혼도 거절하고 각 자의 인생을 살자며 쿨한 척 행동해 더 외로워집니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어서 자신의 꿈과 즐거움도 없이 아이만을 키우며 지쳐가는 상황에서 어처구니없게 '게이브'는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기로 합니다.
우울감은 계속 쌓여만 가는 상황에서, 주인공은 힘을 내서 원래 자신의 꿈이었던 그림을 아이가 잠든 사이에 그리기 시작하고 그 노력의 결과로 유명 전시회의 초청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며 기쁨을 느끼는데 마침 그때 다시 나타난 옛 연인이자 아이의 아빠와 새롭게 재결합하며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납니다.
'임신을 안 한' 내털리는 본인의 꿈을 좇아 뉴욕으로 가서 멋진 남자를 만나고 그 남자의 도움으로 유명 애니메이션 회사에 입사합니다. 그리고는 그 남자와 연애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창의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잘리고 멀리 떠난 남자 친구와 원거리 연애를 하다가 결국 헤어지게 되면서 갑작스러운 우울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털고 일어나 꾸준히 애니메이션 작업을 한 결과 유명한 애니메이션 대회의 초대를 받습니다. 그곳에 가서 자신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하다가 먼 곳에서 축하하기 위해 찾아온 남자 친구가 고백을 하면서 재결합의 새로운 기쁨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던 주인공은 처음 그곳 (임신 테스트를 했던 곳)으로 돌아가 자신의 삶에 대해서 되돌아보며 자신을 스스로 격려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두 인생을 살아봐' 인물관계
두 가지 삶을 모두 겪는 평행우주의 주인공과 그 연인들이 등장인물입니다.
애니메이터의 꿈을 가지고 있었으나 임신을 하면서 좌절하기도 하고, 취직을 했으나 해고당하면서 좌절하기도 하는 주인공입니다. 현실적인 그녀의 고민들이 이 영화는 절대 로맨스 영화가 아님을 잘 보여 줍니다.
결국 엄마로서의 그녀도, 커리어우먼으로서의 그녀도 스스로 만들어가기에 따라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매우 교과서적인 영화의 여주인공입니다. 그래서인지 아쉽게도 캐릭터의 매력은 없습니다.
모두가 행복한 고교 졸업 파티장에서 그녀는 운명이 갈리게 됩니다. 바로 임신의 유무에 따라서 달라지는 이후의 삶이 너무나 극명하게 대비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두 가지 삶을 자연스러운 교차 편집으로 진행해가는데, 친절하게도 엄마로서의 그녀는 머리가 짧고 커리어 우먼은 머리가 길어서 저 같은 사람도 헷갈리지 않고 구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결말 부분에는 엄마는 머리가 길어지고, 직장인은 머리를 자르면서 둘이 다시 대비되는 모습으로 끝이 납니다. 신선했습니다.
드러머가 꿈이 었던 그는, 그녀와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좋은 호감으로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그로 인해 그도 두 가지 인생을 살게 됩니다.
착했던 그는 아빠로서의 삶을 잘해 왔고, 그녀를 옆에서 꾸준히 응원하다가 결국 진정한 부부가 됩니다. 아빠가 아닌 그의 삶도 무난하게 살아가다가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잘 삽니다. 알고 보니 왕세자였다! 뭐 이런 설정은 절대 없습니다. 그래서 심심하긴 합니다.
출산과 육아는 아직 어린 사회초년생 부모에게는 낯설고 두려운 것입니다. 그녀의 부모들도 젊은 나이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다는 것이 상당한 부담입니다.
그래서 늘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되면서도, 그 속에서 또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이 보여서 전반적으로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임신이 단순 해프닝이었던 또 다른 버전의 주인공은 뉴욕으로 갔다가 멋진 남자를 만납니다. 주인공은 낯선 곳에서 힘들어하는 그녀를 이끌어 주는 남자에게 끌릴 수밖에 없습니다.
참고로 알고 보닌 그는 최고의 애니메이터였다!!라는 반전은 절대 없습니다. 그래서 역시 심심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로코의 그런 유치한 설정에 치를 떨면서도 은근히 길들여져 있었나 봅니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당연히 계속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그녀였지만, 그가 이직을 해서 멀리 떠나고 그녀는 해고당하면서 둘 사이는 갈등이 쌓이고 헤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주인공의 작품 발표회장에 그가 깜짝 방문을 하고 그녀에게 사랑고백을 하면서 이 둘은 다른 버전의 해피엔딩을 맞이 합니다.
결말에서 다른 버전의 두 사람은 (물론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연출을 이렇게 했을 뿐) 거울을 보며 자신을 격려하는데, 마치 다른 버전의 자신을 격려하는 듯한 모습으로 보입니다.
뻔하지만 괜찮은 연출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왼쪽이 (세련되진) 엄마 버전이고, 오른쪽이 (평범해진) 커리어 우먼 버전입니다. 처음의 분위기와는 반대되는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어떤 버전이든 그것이 바로 너!'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두 인생을 살아봐' 별점, 한줄평 및 후기
*별 점 : 5점 만점에 2.5점
*한줄평 : 설정 하나로 밀고 가기엔 나머지가 너무 평범한 영화
클리셰 범벅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한 여인의 일생이 어떤 일을 겪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무난하게 보여주는 드라마였습니다.
그런데 그 삶이 결국 너무 무난하게 끝나기에, 클리셰처럼 쓰이는 설정이 오히려 그리울 정도였습니다. 물론 두 버전의 삶 자체도 클리셰이긴 합니다만...
그리고 청춘 남녀가 나오는 작품인데, (개인적으로) 주인공들의 매력이 느껴지지 않아서 몰입은 쉽지 않았습니다. 좀 더 뭔가... 큐트 하고... 너드적인... 뭔가... 아우리가 느껴지는... 그런 뻔하더라고 깔끔한 주인공들을 기대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평행 우주처럼 느껴지는 주인공의 갈라진 삶을 표현하는 방식은 좋았고 소소하게 신경 쓴 내용과 편집이 작품에 대해서 만족을 하게 만드는 요소인 듯합니다.
'또 다른 나!'라든가 '만약 그때?'라든가 하는 궁금증을 풀어가는 영화이기에 그쪽 방향으로 알고 보시면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의 삶이 지루하거나 싫증 나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지금 여러분의 삶도 이 글을 볼 때와 보지 않았을 때의 평행 우주로 갈릴 수도 있다는 것도 한 번 생각해 보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빠마저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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