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책을 봤습니다. 요즘 대세인 이슬아 작가의 최신작이자 첫 소설인 '가녀장의 시대'입니다. 눈치채셨겠지만 '가부장'에서 '부'를 '녀'로 바꾼 것입니다. 즉 집안의 가장이 딸이라는 뜻입니다. 작가의 첫 소설이긴 하지만 그 내용은 마치 수필처럼 쓰여서 이슬아 작가의 일상을 보는 듯합니다.
사실 평소에 그녀의 수필을 읽어보지 않았던 저로서는 소설이 첫 작품입니다. 하지만 지인 중에 이슬아 작가의 팬이 있어서 자주 들어왔던 작가의 이야기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이 소설은 왠지 사실과 허구를 잘 버무린 참치마요 주먹밥 같은 느낌입니다. 뭐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재밌습니다. 소설은 재밌으면 일단 합격입니다.
- '가녀장의 시대' 요약정리
이슬아 작가는 자신이 필요로 하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점점 감당할 수 있는 영역에서 자신이 조금씩 밀려나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1인 출판사인 '낮잠'이라는 출판사를 설립합니다. 낮잠은 꼭 자고 일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그 출판사에 작가는 이슬아뿐이지만 업무처리를 위해 두 명의 직원을 뽑습니다.
그 직원은 '웅'과 '복희'입니다. 그리고 그 중년의 두 사람은 바로 이슬아 작가의 부모입니다. (물론 이곳에서는 의도적으로 모부라고 쓰긴 합니다.)
'가녀장의 시대'라는 제목답게, 모부를 직원으로 채용한 이슬아 작가는 그들에게 일을 주고 그에 대한 월급과 상여금 그리고 복지에 많은 신경을 씁니다.
기본 업무와 스케줄 관리 그리고 사무를 담당하는 '복희'와 주로 청소와 운전, 다른 물리적인 일을 하는 '웅'이는 이슬아 작가의 모부이지만 사무적인 면에서는 착실하게 사장님으로서 대합니다.
이 소설은 주로 이슬아 작가 본인과 모부의 일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이슬아 작가의 지인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섞어서 총 36개의 소제목을 가진 에피소드로 진행됩니다.
- '가녀장의 시대' 별점 및 한줄평 후기
*별 점 : 5점 만점에 3.5점
*한줄평 : 수필과 소설의 경계는 모르겠지만 재밌다.
이슬아 작가의 팬이고 그녀의 작품을 꾸준하게 읽어왔다면 또 다른 평가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일단 첫 대면 작품으로는 재밌게 보았습니다.
300페이지의 분량으로 약 3시간 정도 걸려 작품을 보았지만 지루할 틈이 없었고, 문장과 구성이 깔끔해서 읽는 동안 잡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읽는 동안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사건이 진짜인지 허구인지 헷갈리긴 합니다. 가장 직접적인 근거로 작품 속 출판사가 실제 출판사('헤엄 출판사')와 이름은 다르지만 그 회사의 직원은 소설처럼 '복희'와 '웅'이가 맞다는 것입니다. 물론 당연히 작가의 모부인 것도 일치합니다.
하지만 작가가 스스로 '이 소설 속 모부와 실제 모부는 다른 삶을 산다.'라고 이야기 한 만큼 허구적인 요소도 무시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물론 평소 이슬아 작가의 작품을 자주 읽고 그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는 분들이라면, 평소 에세이에서 이야기하던 그녀의 삶을 풀었다가 헤처 모여하는 식의 전개 이상이 보이지 않아서 살짝 실망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이 부분은 작가의 팬인 지인의 생각을 인용한 것입니다)
작가는 흔히 보던 '가부장'적인 TV드라마와는 다른 '가녀장'적인 시각을 TV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 역시도 보는 동안 '이건 그냥 시트콤이나 단편 연작 드라마 같다.'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동감합니다.
그렇다 보니 대단히 새로운 시각이나 특별한 갈등 요소들은 들어있지 않습니다. 일상을 다룬 소설이면서 캐릭터에 따른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전개하고 있어서 줄거리의 흐름도 한 방향으로 긴장감 있게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일상극이면서 가족드라마입니다. 그래서 또 '그냥 수필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생각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원래 이런 것이 첫 소설이 갖는 자전적인 내용의 숙명 같은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수필과 소설은 접근 방법이 다른 갈래의 문학이니 그 경계는 분명할수록 좋습니다. 그래서 자꾸 이것에 대해서 정립을 하려는 것이니 계속되는 의문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필은 캐릭터와 주변 상황이 주된 볼거리입니다. 하지만 소설은 캐릭터가 휩쓸려가는 거대한 줄거리가 있는 것이 매력인데, 안타깝게도 이 소설은 그런 매력은 없습니다.
뭐, 그렇다고는 해도 이 작품이 수필의 변주이건 새로운 세상을 다루고 있건 간에 일단 재밌습니다. 그래서 추천드립니다. 도서관에서 빌려 보시려면 올봄이 넘어가야 할 수도 있을 만큼 인기가 많습니다. 그러니 도서관보다는 서점으로 가 보시길 바랍니다.
매번 자극적인 영화들만 보다가 일상을 다루고 있는 소설을 보니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왠지 저도 글을 써 보고 싶기도 합니다.
추운 겨울 이불속에서 한 번쯤은 넷플릭스 말고 웹툰 말고 이렇게 소설에 빠져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빠마저씨였습니다.
생각해 보니 올해도 벌써 보름이 지났습니다. 신년의 계획은 여전히 잘 진행되고 있으신지... 그쪽으로 도움이 될까 하여 예전에 읽었던 책 한 권 추천드리고 갑니다. 벌써 읽은 지 2년이 된 책입니다. 괜히 부끄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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