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대만 공포영화가 올라왔습니다. 동남아시아 공포 영화 하면 아직 '셔터'와 '랑종' 정도만 떠오른데 (주로 태국) 이번에는 대만입니다. 대만 영화는 오글거리는 청춘영화가 유명한 것들이 많아서 공포 쪽은 좀 낯섭니다. 그런데 포스에서는 왠지 '랑종'의 느낌이 많이 납니다.
이 영화는 파운드 푸티지 (발견된 영상) 방식의 영화입니다. 그래서 쉴 새 없는 셀프 카메라와 독백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내용은 저주에 걸린 한 여인이 자신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 온갖 고생을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깜놀은 많습니다. 하지만 이해되지 않는 설정도 많아서 바로 심드렁 해 집니다. 게다가 관객의 뒤통수를 제대로 후려치는 상도덕이 없는 영화입니다.
-'주' 줄거리
한 여인의 셀프 인터뷰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자신이 저주에 걸렸고 이 영상을 계속 보려면 주술을 외워 신의 보호를 받으며 시작해야 한다고 겁을 줍니다. (뭔가 페이크 같아서 주술을 외우진 않았음)
정신병을 앓다가 어느 정도 치유가 되자 그동안 아동보육센터에 맡겼던 아이를 처음으로 만나서 데리고 오는 주인공은 과거의 악몽을 애써 지우며 딸과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온 딸은 얼마 후, 바로 누가 봐도 귀신에 씐 듯한 행동을 계속하고 그 상황이 악화되자 주인공은 유명한 주술사에게 아이를 데려가고 그곳에서 치유해 보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과거 자신의 상황을 떠올립니다.
6년 전, '심령 동아리'를 함께 하던 주인공은 남자 친구가 속한 가문의 특정 종교의식을 촬영차 방문했다가 그곳에서 저주받은 땅굴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바로 저주를 받아서 남자는 그 자리에서 죽고, 주인공은 다행히 직접 저주를 받지는 않았기에 살았지만 임신을 하고 있던 상태여서 그 저주가 아이에게 퍼졌던 것입니다.
유명한 주술사도 아이를 치유하지 못하자, 도움을 주려고 찾아왔던 보육센터의 남자는 상황을 해결하겠다면서 직접 그 당시의 땅굴 영상을 보고 얼마 후 귀신이 들려서 죽게 됩니다.
결국 모든 방법이 소용없게 되자 직접 악마와 대면해서 결판을 내려고 마음먹은 주인공은 자신을 희생을 하기로 하고 다시 과거의 땅굴로 찾아갑니다.
그리고 처음의 장면으로 돌아와 관객에게 주술을 다시 한번 반복해서 들려주고는 그 주술의 진짜 의미를 고백합니다.
사실 그 주술이 신의 보호가 아니고 악마의 저주이며 이 영상을 많은 사람들이 볼 수록 저주의 힘이 약해지니 (저주를 N빵 하는 분위기) 딸을 살리기 위해서 그런 것이니 미안한데 좀 많이 봐달라고 합니다. (뭐 이런 거지 깽깽이 같은...)
그리고 악마의 신당에 찾아가 악마와 대면한 후, 바로 귀신에 들려서 스스로 머리를 들이받고 죽으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주인공이 힘들게 아이를 데려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이는 귀신을 보기 시작하고 빙의되는 현상을 보이더니, 귀신에게 이끌려서 6년 전의 저주받은 영상을 보게 됩니다. 이제 죽을 일만 남은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아이를 단순한 도구로 사용하여 일부러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상당히 싫어합니다. 엄마의 희생으로 결과적으로 아이는 목숨을 구하게 되긴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기분 나쁘긴 마찬가지입니다.
'심령 동호회'에서 찾아간 친구들 가문의 특수한 종교의식에서 이들은 악마의 저주를 받게 됩니다. 젊은 혈기에 하지 말라는 짓은 모두 하고 다니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악마도 짜증이 날 것 같습니다.
공포 영화니라고 해도 사건 진행을 위해 이들의 찐따 짓을 이해하고 넘어가기엔 상식 선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시나리오의 허접함입니다.
게다가 여주인공은 자신이 임신을 한 상태였는데, 악마와 주술이 난무하는 이곳에 와서 헤집고 돌아다닌 다는 것이 너무 억지스러워서, 사실 이 부분부터는 영화의 모든 기대가 사라졌습니다.
영화에 줄기차게 나오던 주술은 이 마을에서 줄기차게 외치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관객에게 함께 외쳐 복을 빌자고 이야기하는데, 사실 이 주술은 저주의 주술입니다.
이 주술을 다른 사람들에게 퍼트리면 그들에게도 저주가 옮아가기에 악착같이 주술을 퍼뜨려서 자신에게 닥친 저주의 농도를 옅게 만들려는 것입니다. 이건 영화 장르가 공포가 아니고 사기입니다.
사실 이 전까지의 연출과 내용이 잘 진행되다가 이런 반전이 있었다면, 꽤 신박하고 소름이 끼쳤을 수도 있는데 이미 영화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마당에 이런 허접한 반전까지 넣으니 그저 화딱지가 날 뿐입니다.
주인공이 정신치료를 받는 동안 아이를 기르다가 정이 든 보육 센터의 남자는 아이가 저주에 걸리자 엄마를 도와서 저주를 풀려고 노력합니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정상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여지없이 나중엔 황당한 짓을 합니다. 일부러 저주받는 비디오를 보고 스스로 저주에 걸린다는 것입니다. (이래야 진짜 아빠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중얼거립니다)
이 남자는 저주받은 땅굴 영상을 복원하여 (악마에게 빙의되어) 엄마에게 보내고, 엄마는 복원된 깔끔한 저주의 영상을 관객에게 보여 줍니다. 남녀가 쌍으로 난리가 아닙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외치고 다니던 그 주문이 사실은 저주를 옮기려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시도라는 것도 알려줍니다. 이미 관객은 다 보고, 다 주문을 외우고 있는데 이제 와서 어쩌라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주' 별점 및 한줄평
*별 점 : 5점 만점에 1.5점
*한줄평 : '링'과 '랑종'에게 제대로 참교육 당할 영화
이 영화는 '고대 밀교에서 숭배하는 악마의 저주'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그 저주에서 풀려나려는 엄마와 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더 무섭게 연출하려고 일부러 페이크 다큐의 형태로 파운드 푸티지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엄마가 아이의 성장을 위해 일상을 비디오 촬영한다는 말로 시작하는데, 아이가 악마에게 빙의되어 공중을 날아다니고 온 몸에 썩어 들어가도 그것을 영상으로 찍은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끝날 때까지 벌어집니다.
이렇게 황당한 연출이 이 영화의 몰입을 첫 번째로 깨버립니다. 다른 '파운드 푸티지' 장르의 영화들은 '나중에 발견된 영상'이라는 것을 전제로 사건이 진행되기에 긴장감과 호기심이 생기는데, 이 영화는 긴장을 하라고 셀프 카메라를 찍는 황당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필요 이상으로 어린아이를 집요하게 괴롭히며 끔찍하게 만들어 버리는 연출이 이어져서 무섭다기보다는 기분이 나쁘고 불쾌해지는 느낌만 가득해질 뿐입니다.
게다가 극적인 반전이라고 배치한 주술의 악의적 배포는 그동안 영화를 참고 봐왔던 저에게는 무시당하는 느낌까지 들어서(이걸 반전이라고?) 살짝 입에서 험한 말이 나올 뻔했습니다.
전염성 있는 저주라는 면에서는 '링'을, 동남아시아의 끔찍한 토착 악마의 저주라는 점에서는 '랑종'을 차용하고, 공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랑종'에서 사용했던 '파운드 푸티지' 기법을 차용했지만 어느 것 하나도 성공하지 못한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랑종'의 하위 버전이라도 보고 싶은 분은 살짝 참고하시고, 나머지 분들께는 추천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더운 여름 더 열불이 날 수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빠마저씨였습니다. 더운 여름, 이 영화 말도 차라리 '링'이나 '랑종'으로 진정한 땀샘 확장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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