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왔습니다. 어벤저스의 대장정이 끝이 난 후, 조금씩 불안해지던 마블의 영화들 사이에서 3편의 강렬한 추억이 있던 '토르'가, '토르: 러브 앤 썬더'라는 이름으로 토르 4편이 나왔습니다. 보기 전 간단한 평점을 보고 갔는데, 생각보다 평이 좋지 않아서 살짝 걱정은 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재미는 있습니다. 감독의 개그감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되었고, 특히 2편 이후 실종된 토르의 여자 친구 '제인 포스터'가 묠니르의 보호 아래 '마이티 토르'가 됐습니다. 멋집니다.
아, 쿠키는 2개가 있습니다. 메인 엔딩 크레딧 이후 1개, 그리고 모든 엔딩 크레딧 이후 또 1개가 있습니다.
간단하게나마 모든 이야기를 풀어낼 계획이니 스포를 원치 않으시면 줄거리 부분은 생략하시고 후기로 가 주시기 바랍니다.
-'토르: 러브 앤 썬더' 줄거리와 결말
어벤저스의 대장정은 다행히 잘 마무리되었지만,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꾸 떠나가는 아픈 경험을 한 토르는 가오갤 멤버들과 세상을 위기에서 구해내면서도 내면의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구도자의 길을 걷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신의 도살자'라고 불리는 '고르'가 선악을 불문하고 모든 신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고향 (지구로 와서 살고 있는 '신아스가르드')으로 홀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운 토르 '마이티 토르'로 거듭난 옛 여인 '제인 포스터'가 활약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녀는 말기 암환자로 살아가다가 '묠니르'의 도움으로 신의 힘을 얻어 생명을 연장하고 있었습니다.
한 편, 한때 절실한 신자였으나 신들의 이기심에 딸을 잃고 분노하다가 신을 죽일 수 있는 칼 '네크로소드' 의 저주받은 힘을 받고 신의 도살자로 불리면서 흑화 된 '고르'는 '토르'와의 전투에서 패하자 그 마을의 아이들을 납치해 사라집니다.
어둠을 다루는 무서운 능력에 놀란 '토르'는 신들의 행성에 가서 도움을 요청하지만, 무력한 신들의 왕 '제우스'의 모습에 실망하여 그를 죽이고 무기 '썬더볼트'를 빼앗아 달아납니다.
결국 토르, 마이티 토르, 발키리, 그리고 토르의 단짝 '코르그' 이렇게 넷이 '고르'를 무찌르기 위해 떠나고 많이 위기를 넘기며 겨우 '고르'를 저지하고 아이들을 구출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너무 많은 힘을 쓴 마이티 토르 '제인 포스터'는 결국 급격한 암의 진행으로 토르의 품에서 죽게 되고, 죽기 전 개심한 '고르'는 소원을 들어주는 신의 제단 앞에서 '모든 신의 죽음' 대신 '죽은 딸의 귀환'을 바라고는 죽습니다.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지만, (고르의 소원으로 귀환한 딸인) 소녀를 맡아 기르게 된 토르는 그녀를 키우면서 그녀와 함께 세상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일을 시작하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초반 가오갤과 함께 하는 구도자 토르는 웃깁니다. 중반으로 넘어오면서 제인 포스터와 함께 하며 벌어지는 토르의 일상도 웃깁니다. 후반 고르와의 최후 전투에서도 웃깁니다.
마블 영화 중에 이 정도로 웃긴 영화는 '데드풀' 이후로 처음입니다. 병맛 개그에 슬랩스틱 코미디가 2시간 동안 끊임없이 나옵니다. 문제는 챕터 별로 웃기는 장면들이 나오다 보니 영화의 흐름이 매끄럽지 못합니다.
특히 이런 병맛 개그가 너무 강하다 보니, 확실히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일단 제 취향에는 딱 맞아서 낄낄대며 봐서 기분은 좋았습니다.
초반 20분 정도는 엄청난 고퀄의 화려함으로 토르와 가오갤이 한 팀이 되어서 우주의 악당들을 무찌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부분이 취향에 맞으면 2시간을 아주 재밌게 보낼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가오갤 멤버들도 좋았습니다. 어서 가오갤도 다음 영화를 보고 싶습니다.
토르와 헤어지고 일에 파묻혀 살다가 암 말기 판정을 받은 제인은 묠니르의 신비로움에 끌려 '신아스가르드'에 왔다가 부서진 묠니르가 그녀 앞에서 재조립되면서 그녀에게 힘을 부여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죽음이라는 운명까지는 바꿀 수 없었기에, 악당 '고르'와의 마지막 결전을 끝으로 죽게 됩니다. 겨우 이어진 토르와의 인연이 여기서 끝이 나는 가 싶었는데 반갑게도 쿠키에서 한 번 더 등장합니다.
토르가 물려준 왕위를 계승해서 '신아스가드르드'의 국왕이 된 발키리는 여러 가지 정치적인 업무에 힘들어하다가 전투 상황이 벌어지자 대활약을 합니다.
그나마 극 중에서 제정신을 가진 평범한 인물로 등장해서 다른 캐릭터들의 병맛 수위를 잘 조절해 줍니다.
영원한 배트맨 '크리스천 슬레이터'가 마블로 와서 상당히 인상적인 악당 신의 도살자 '고르'를 연기합니다. 그의 연기는 논할 필요조차 못 느낄 정도로 좋습니다.
특히 늘 마블이 강조하는 '악당에게도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다'라는 대전제가 여기서도 잘 드러납니다. 신에게 버림받은 인간이 신을 죽이려 한다는 설정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토르의 개그감이 없었다면, 어쩌면 상당히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영화가 탄생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토르가 너무 웃깁니다. 진지할 틈이 없습니다.
-'토르: 러브 앤 썬더' 별점 및 한줄평
*별 점 : 5점 만점에 3.5점
*한줄평 : 토르는 이제 개그감으로 승부하려나 보다
영화는 크게 네 파트로 나뉩니다. 가오갤과의 동행, 제인 포스터와의 동행, 제우스와의 반목, 고르와의 결전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파트마다 제 각각의 개그감이 존재합니다.
그중 압권은 다시 조립된 '묠니르'에게 집착하는 토르를 본 '스톰 브레이커'가 질투를 하는 장면입니다. 영화적 흐름과는 전혀 상관없는데 극장에서 이 장면들만 나오면 몇 번을 뿜어대며 봤습니다.
이밖에도 고라니처럼 괴성을 질러대며 보트를 끄는 염소들, 헬라가 등장하는 추억의 연극 장면, 고르와의 위기 상황에서도 드립을 날리는 토르 등 곳곳에 배치된 개그 연출은 실로 엄청납니다. (물론 코드가 맞으면...)
그런데 너무 개그에 치중을 한 탓인지, 앞서 말씀드린 네 파트가 이어지는 장면이 매끄럽지가 않고 서사의 구조가 '그냥 이 정도로 퉁' 치고 넘어가는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개그 말고도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액션 장면과 매력 있는 빌런의 등장, 그리고 아마도 후속작을 기대하게 만드는 올림푸스 신들과의 대립 등은 상당히 볼 만하고 좋았습니다.
그런데 너무 잦은 개그로 웃다 보니 전체적인 서사에 집중하지 못했고, 실컷 웃고 났는데 '아직도 시간이 남았어?'라는 생각이 드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취향을 저격당해 낄낄거리고 나왔지만, '닥터 스트레인지 2'가 공포로 방향을 틀어 호불호가 갈렸다면 이 작품은 과한 개그감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극장 외출에 오랜만에 '마블'의 정통성 있는 후속작을 봐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역시 마블은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가 활개 치던 그때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는 당연히 추천드리면서 물러갑니다. 혹시 쿠기의 내용이 궁금하시면 댓글로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빠마저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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