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너무 진중한 작품들만 봐온 터라 조금 가벼운 영화를 보기 위해 골랐습니다. '도사하산'입니다. 말 그대로 도사가 속세로 내려오는 이야기입니다. 포스터만 봐도 얼마나 가벼울지 예상이 돼서 관람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좀 이상합니다.
사전 정보가 전혀 없이 포스터와 '도사가 하산해서 접하는 인간 희로애락의 이야기'라는 시놉시스만 보고 관람을 했습니다. 예상대로 무협영화였고, 와이어와 CG가 상당한 영화였습니다. 영화가 이상한 이유는 산으로 가는 영화의 전개에서도 주제가 너무 뚜렷하다는 것입니다.
-'도사하산' 줄거리와 결말
고아로 도사에게 키워진 새내기 도사 '하안하'(왕바오창)은 강제로 속세로 나오게 됩니다. 거기서 만난 첫 인연인 의사 부부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사실 아름다운 사모님은 남편의 동생과 불륜의 관계였습니다.
결국 동생과 아내의 손에 은인이었던 의사가 죽게 되자, 복수에 눈이 멀어 두 남녀를 죽인 한 하안하는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에 공포심과 무력감을 느낍니다.
방황하던 그에게 새로운 인연이 나타납니다. 은둔 고수이면서 또 다른 도사였던 '주서우'(곽부성)를 사부로 모시기로 하고 그를 따라다니던 중, 우연히 알게 된 한 여인과 황홀한 밤을 보낸 후 사랑이라는 감정에 눈을 뜨게 된 하안하였지만 그 역시도 하룻밤의 꿈이었다는 사실에 또다시 좌절을 하고 맙니다.
이제 모든 속세의 인연을 잊고 사부 '주서우'와 지내려 했으나 그들 앞에 사부의 원수 '팽건오'가 나타납니다. 한 문파를 이끄는 고수인 팽건오는, 아버지가 자신이 아닌 '주서우'에게 문파를 물려주자 화가 나서 주서우를 죽이려 했고 주서우는 그를 피해 속세와 인연을 끊고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주서우는 팽건오와의 대결에서는 승리했으나, 그의 아들에게 암살을 당하게 되고 또다시 좌절한 하안하는 사부의 오랜 벗이었던 유명한 극단의 '자단장'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진정한 벗이었던 극단의 '자단장'과 하안하는 악당과 결투를 하게 되고 결국 이겼으나, 그 역시도 속세의 덧없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다시 수행을 하기 위해 산으로 올라 그곳에서 진정한 도인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고아로서 도인에게 길러져서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른 상태로 속세에 내려온 도사입니다. 복잡하고 다양한 인간의 군상들을 접하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들을 체험하게 됩니다.
결국엔 모든 감정들은 자신의 마음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닫고 속세에 미련을 두지 않고 다시 도를 닦으러 산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아, 참고로 양동근 배우는 아닙니다.
속세에 나와서 처음 만나는 귀한 인연이자 은인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인공을 걷어서 먹이고 일을 알려주는 착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아내가 상당한 미인입니다. (불안합니다)
역시나, 그런 착한 사람이 악한 사람들(동생과 아내)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런 그들을 복수의 이름으로 죽이게 되지만, 그 역시도 악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주인공은 좌절하게 됩니다.
속세의 억울한 사정을 뒤로한 채, 조용히 은둔해 있던 원숭이 권법의 고수입니다. 모든 것을 해탈한 것처럼 보이는 그는 외모만큼이나 강력한 무술을 선보입니다. (하필 원숭이 권법인지는 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을 용서하고 살아가던 사부마저도, 악한 사람(비열한 방법으로 문파의 장인에 오른 악인)에게 당하는 것을 본 하안하는 또다시 속세의 냉혹함에 좌절하게 됩니다.
사부와 도를 닦으며 지내던 그에게, 아이를 갖게 해달라고 기도하러 온 여인이 다가와 인연을 맺게 됩니다.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을 나눈 '하안하'는 하룻밤의 꿈같은 시간을 잊지 못해 괴로워하다가 마음을 다스리며 겨우 극복합니다.
아버지에게 문파 장인의 지위를 물려받지 못한 그는, 대신 장인을 물려받은 '주서우'를 죽이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문파 장인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뛰어난 무공을 선보인 제자를 죽이기도 합니다.
결국 아들이 주서우를 죽여 시작된, '주단장'과 대결 중에 패색이 짙어지자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아들은 살려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결국 악인이었던 그도, 욕망과 부모의 정에 이끌려 살아왔던 어찌 보면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전쟁 중에 주서우와 만나 산으로 들어가 원숭이 권법을 연마했던 '주단장'은 결국 친구가 하산을 하게 되자 자신도 내려와서 과거에 해 왔던 악단의 일을 시작합니다.
주서우와 우정 이상의 감정을 느낀 것으로 생각되는 부분이 많이 나오는데, 영화의 편집이 워낙 종잡을 수 없다 보니 확실하진 않습니다. 마지막엔 하안하와 함께 산으로 올라가 여생을 도를 닦으며 살아갑니다.
갑자기 뜬금없는 전쟁 장면이 연출됩니다. 화약도 많이 씁니다. 주서우와 주단장의 만남을 보여주기 위해 라지만, 도사들의 무공대결 중 갑자기 전투씬이라니 황당할 뿐입니다.
-'도사하산' 별점과 한줄평
*별 점 : 5점 만점에 3점
*한줄평 : 편집을 포기한 철학책을 슬쩍 본 느낌
과한 와이어와 CG 사용은 기본이고, 편집점을 종잡을 수 없는 서사는 영화를 더욱 어지럽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서사가 산으로 갑니다. 산으로 가다가 갑자기 바다로도 가고, 도인을 다룬 영화라서 그런지 영화의 흐름은 거의 무의식의 흐름처럼 황당하게 전개됩니다.
문제는 감독이 '첸 카이거'라는 점입니다. 90년대 후반부터 중국과 홍콩영화를 봐 오신 분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거장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제가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첸 카이거 감독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궁금할 뿐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주제는 왠지 모르게 와닿습니다. 상당히 와닿습니다. '도사'라는 이름에서 주는 느낌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서사는 헷갈리나 주제는 명확합니다.
''모든 것은 자연의 이치대로 흘러가고, 사람은 그 속의 하나일 뿐이니, 인간의 희로애락에 휩쓸리지 말고 본질을 찾는 도를 정진하자.''
이런 무협지에 나올 법한 주제가 신기하게도 산으로 가는 영화의 서사 속에서 홀로 우뚝 선 모습을 보았습니다. 주제가 좋아서 별점을 높게 준 특이한 케이스의 영화입니다.
철학적 가르침을 직접 받는 느낌의 영화, 서사는 황당한데 도인들의 대사는 황송한 영화 '도사하산'이었습니다. 서사의 황당함 때문에 차마 추천은 못하겠지만, 이런 쪽으로 관심이 있는 분은 슬쩍 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철학과 재학생분들과 계룡산 도인분들께는 추천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빠마저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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