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피'는 '정우' 배우가 주연한 작품입니다. 모든 작품에서 항상 삶을 마감한다는 '김갑수' 배우도 나옵니다. 부산 앞바다를 중심으로 한 1990년대의 조폭의 삶을 다루고 있고 배신과 음모, 피가 끓어 넘치는 영화입니다. 한 남자의 야망이 자신을 성공으로 이끌어주지만, 그와 동시에 삶을 잃어버리게 만든다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뜨거운 피'는 천명관 감독의 작품으로, 소설가로 등단하여 다양한 시나리오 작업을 하다가 이번에 이 작품으로 오랜 바람이었던 감독이 되었습니다. 다른 소설가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각색 후 연출을 맡게 되었습니다. 의외로 이렇게 길게 설명하는 이유는... 이 영화가 생각보다 재미없기 때문입니다.
-'뜨거운 피' 줄거리와 결말
부산 변두리의 조그만 포구와 해수욕장을 포함하고 있는 동네 '구암'은 그 동네의 절대적인 지배자 '손영감'(김갑수)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밑에서 온갖 궂은일을 처리하는 '희수'(정우)가 '손영감'을 보필합니다.
일처리도 깔끔하고 의리가 있어서 그 바닥에서는 꽤 인망이 있는 '희수'지만 매번 '손영감'의 뒤치다꺼리만 하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기도 하고, 주변에서도 자꾸 그런 자신을 부추기는 통에 결국 독립을 하게 됩니다.
늘 함께 하자고 해 왔던 동네 선배와 함께 '바다 이야기'같은 오락실을 운영하며 돈도 만지고, 오랫동안 짝사랑하던 여인과 살림도 차려서 이젠 남부러울 것이 없어 보였던 '희수'였으나 결국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그것은 부산의 큰 조직 '영도파'가 그동안 '구암'을 노리고 있었다는 것이고, 그 일로 동업자 선배와 30년 지기 친구에게 배신까지 당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들까지도 자신의 일에 휘말려 무참히 죽게 됩니다.
모든 것이 '손영감'을 없애기 위한 포석이었고, 자신은 그저 장기짝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된 '희수'는 그동안 정적처럼 여겨졌던 '용강'과 손을 잡고, '영도파'에게 붙은 것처럼 꾸민 후 그들 사이로 들어갑니다.
그곳에서 자신을 배신했던 친구와 그 밖의 모든 '구암'의 배신자들을 죽이고 '영도파'와 색다른 조약을 맺게 됩니다.
그리고 '영도파'에게 당해서 혼수상태에 빠져있는 '손영감'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는 결국 '구암'의 일인자에 오르게 됩니다. 겉으로는 '영도파'에게 복수하고 그들에게 죽은 '손영감'의 뒤를 잇는 것으로 세간에 알려지면서 잃었던 신망도 회복하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가졌으나 반대로 모든 것을 잃었기에 해변가에서 슬픔을 억누르며 바다를 바라보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뭘 해도 잘 어울리는 배우 '정우'는 이 영화에서도 역시 조폭에 잘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실력과 인간미로 조폭 세계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는 '희수'역할을 맛깔난 사투리와 함께 잘 소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연기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의 확실한 태도가 보이질 않아서 애매한 주인공으로 남습니다. '누아르'라는 장르는 어둠과 어둠 사이에서 갈등을 해야 하는데, '희수'는 너무 밝습니다.
작은 마을이지만 확실한 기반을 만든 '손회장'은 '희수'를 아끼고 사랑하지만, 그의 애매한 태도로 인해 '희수'에게 결국 배신을 당하고 죽게 됩니다. '김갑수' 배우는 여기서도 결국 죽음을 맞이 합니다.
예고편에서 가장 강한 악역의 아우라를 보였던 '용강'은 무섭다기보다는 그냥 돌아이 조폭입니다. 뭔가 크게 일을 칠 것처럼 보였지만, 갑자기 극 후반에 지능 캐릭터로 돌변하여 설명충을 자처하더니 갑자기 '희수'와 손을 잡습니다.
'희수'의 오랜 친구 '철진'은 더 큰 꿈을 품고 '영도파'에 들어갑니다. 그곳에서 '구암'을 장악할 수 있는 판을 짜는데 그 희생양을 자신의 친구로 삼습니다. '희수'는 정 때문에 그에게 늘 끌려다니다가 결국 친구의 가슴에 총알을 박아 넣습니다.
연인의 아들인 '아미'는 '희수'를 아버지처럼 따릅니다. 하지만 계략에 말려 결국 죽게 됩니다. 낭만적인 조폭 유망주인 캐릭터인데, 워낙 밉상이다 보니 몰입도 잘 되지 않고 그의 죽음에 슬픈 느낌도 없습니다.
조폭 영화이다 보니 패싸움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런데 오른쪽의 천진난만한 아저씨의 모습처럼 이 영화에서의 싸움 장면은 그다지 강하지 않습니다. 연출을 일부러 그렇게 한 것 같긴 한데, 조폭 영화에서 약간의 잔인성은 필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다고 잔인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배경이 부산이라서 바다가 많이 나옵니다. 배경은 아름답지만, 조폭과 누아르에는 맞지 않습니다. 캐릭터도 밝은데 배경도 밝다 보니 몰입이 되지 않습니다. '날 것 자체의 조폭'을 보여주는 것 치고는 너무 낮에만 활동하는 느낌입니다.
-'뜨거운 피' 별점 및 한줄평
*별 점 : 5점 만점에 2.5점
*한줄평 : 여러 가지 이유로 피가 뜨거워지지 않는 영화
원작 소설을 읽어보지 않아서 비교는 할 수 없습니다. 소설은 서사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캐릭터의 변화와 이중성을 잘 설명해 낼 수 있겠지만, 영화는 보여주는 장르라서 소설의 모든 것을 다 넣기엔 힘이 듭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왠지 모든 변화를 다 넣으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 보니 필요 이상의 설명충들이 많이 등장하고, 캐릭터들의 잦은 변화도 나타납니다. 이러한 변화가 자연스럽지 않고 갑자기 튀는 느낌이 들어서 극에 몰입하고 주인공에게 공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조폭이고 장르가 누아르인데, 특히 '날 것'을 보여주겠다고 하는 영화인데 느낌은 너무 밝습니다. 배신을 당할 때도 그리고 배신을 할 때도 톤이 진중하질 못합니다. 뭔가 붕 떠있는 느낌입니다.
특히 초반부터 배경음악으로 쓰이는 노래들이나 묵직한 장면에 등장하는 음향 효과는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고 작품의 톤을 극 중 서사와 반대방향으로 이끌어서 차라리 무음처리가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래도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습니다. 주연 '정우' 배우의 연기는 늘 그렇듯 멋졌고, 오랜만에 영화에서 보는 '김갑수' 배우의 내공이 느껴지는 연기, 그리고 돌아이 조폭인 '용강'역의 '최무성' 배우는 묵직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추천드리고 싶지 않지만, 혹시나 배우들의 연기가 보고 싶다면 살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침 OTT로도 나와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친구를 꼬셔서 같이 보시길 바랍니다. (물론 비용은 더치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 갑자기 생계형 조폭이 등장하는 '우아한 세계'가 생각납니다. 그 영화는 추천드립니다. 갑자기 다른 영화를 추천해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빠마저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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