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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눈으로 하는 것들)

'어느 독재자' 결말, 줄거리 후기 (삶과 철학, 그리고 재미 )

by 빠마저씨 2022.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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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순위권에 올라온 영화 중, 예전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호평을 했던 작품이 있어서 봤습니다. 분위기는 예술 영화 느낌이라서 별 기대는 없이 봤는데 아주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어느 독재자'입니다. 가상의 국가에 살고 있는 독재자가 정권이 붕괴되자 손자와 함께 도피하는 내용입니다.

 

 

  사회풍자와 블랙코미디가 결합된 작품이라고 생각되는데, 보는 사람에게 가벼운 웃음이 아닌 안타까운 탄식에 가까운 웃음을 주는 영화입니다. '모르센 마흐말바프'라는 감독으로 이란 출신인데 젊은 시절부터 정치범으로 힘든 삶을 살아온 분이라고 합니다. 굉장히 유명한 분이라는데 사실 전 예술 감독들은 잘 몰라서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확실히 재밌습니다. '어느 독재자'입니다.

 

 

 

-'어느 독재자' 줄거리와 결말

  가상국가의 독재자가 다스리는 나라, 한 도시의 전기를 전화 한 통으로 셧다운 시킬 수 있는 권력자는 어느 날 성난 군중과 반군에 의해 정권이 위태로워집니다.

  다른 가족들은 피신시켰지만, 자신은 남아서 폭도들을 진압하려고 하는데 그 와중에 손자는 남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독재자와 그의 손자만이 다시 왕궁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이미 정권은 반군에 의해 넘어간 상태였고, 방금까지 자신을 지키던 병사들은 자신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어서 독재자와 손자는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결국 국경을 넘기 위해 거리의 악사로 변장을 한 독재자와 손자는 험난한 여정을 떠나게 되는데, 자신의 악행으로 흉흉해진 민심은 갑작스러운 무정부 상태로 더욱 혼란스러워집니다.

  수차례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 중, 우연히 그동안 고문받고 투옥되어있다가 석방된 반정부 인사들과 동행하게 되고, 그들의 입에서 자신의 악행을 듣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겪게 됩니다.

  마지막 탈출을 위해 해안가로 가게 되지만, 그곳에서 민병대들과 시민들에게 발각되어 손자와 함께 공개 처형될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반정부 인사의 외침으로 다행히 손자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독재자에게 가족을 처참하게 잃은 사람들의 절규로 인해, 독재자는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역시 반정부 인사들의 외침 '이렇게 처형하면 결국 똑같이 된다. 그를 민주주의를 위해 춤추게 하자.'라는 절규를 끝으로 영화는 마무리가 됩니다.

 

제복을-입고있는-독재자와-손자
독재자와 손자

 

  독재의 결과는 결국 테러로 이어지고, 반정부 세력에 의해서 독재자와 손자는 도망자의 신세가 됩니다. 독재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손자는 이 모든 상황이 다 연극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독재자처럼, 독재자의 손자처럼 연기하는 배우들의 열연도 영화적 완성도를 높이는데 일조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손자가 귀엽습니다.

 

비행기를-타기위해-떠나는-독재자-가족
독재자의 가족

 

  마지막 기회였던 도피 계획도 결국 독재자는 미련이 남아서 포기하고 손자는 할아버지와 함께 있겠다며 같이 남습니다. 배웅을 하던 빨간 옷 할아버지도, 독재자와의 두 번째 만남에서는 반정부 인사로 돌아서서 총을 쏩니다. 배신은 순간입니다. 자업자득입니다.

 

춤을-배우는-소년과-소녀
소년과 소녀

 

  할아버지가 독재자였던 시절, 손자는 단짝 친구 마리아와 자주 춤을 췄습니다. 그리고 이 실력으로 거리의 악사로 위장한 상태에서 손자는 할아버지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춥니다. 

  현실에 대한 아무런 인식도 하지 못하는 손자는 할아버지에게 '우리가 자꾸 불을 꺼서 사람들이 화가 난 것 같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손자는 할아버지가 반란군에게 끌려가는 상황에서도 울면서 춤을 춥니다. 슬픕니다.

 

이발사에게-총을-겨누고있는-독재자
독재가 이발 중

 

  자신에 대한 현상금까지 걸린 상황에서, 한 이발사 노인의 집에 들어가 총을 겨누며 이발을 합니다. 그리고 노숙인의 차림으로 변장하고 거리의 악사로 지내려 합니다.

  인간 권력구조의 정점에 있다가 끝으로 곤두박질치는 것은 하루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생사의 기로에서 독재자는 살아남기 위해서 과거의 영광 따위는 바로 집어던집니다.

 

노숙인의-복장으로-숨어있는-독재자와-손자
거리의 악사로 변장

 

  이 나라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죽을 고생을 하며 많은 노력을 하는 독재자와 그의 손자는 결국은 잡히게 됩니다. 수십 년의 독재정권을 며칠의 힘든 삶으로 무마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영화는 정의 실현이라는 교시적인 장면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물론 독재자의 진심 어린 뉘우침 같은 도덕책 같은 모습도 없습니다.

 

사람들과-좁게앉아-이동중인-독재자와-손자
피난 과정

 

  피난 과정에서도 사람들에게 자기(독재자)에 대한 저주 섞인 비난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또 다른 폭력도 살기 위해서 버텨야 합니다.

 

사람들과-함께-이동하는-독재자
일행들

 

  어쩌다 보니 방향이 같은 사람들과 합류하게 됩니다. 그들은 자신이 가두고 고문했던 정치범들과 테러범들이었습니다. 그중 고문으로 절름발이가 된 한 사내를 업고 이동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업은 사내가 바로 자신의 아들 부부를 테러해서 죽인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래서 손자는 고아로 자랐습니다) 그 사내의 피 묻은 다리를 씻길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이 정치범 중 한 명은 '피에 대한 복수로 피를 흘리는 것'에 반대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독재자의 손자까지 죽이려 할 때 아이를 구해내고, 독재자를 죽이려는 사람들을 말립니다. 진정한 민주주의 투사였습니다. 

 

 

-'어느 독재자' 별점 및 한줄평

*별   점 : 5점 만점에 4.5점

*한줄평 : 삶과 철학, 예술이 녹아있는 영화

 

  감독과 배우들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가운데, 사회풍자 블랙 코미디라는 특징만 알고 영화를 봤습니다. 그런데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작년 말 '돈 룩 업' 이후로 이런 종류의 재미는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영화는 코미디적 요소는 극히 제한되어 있긴 합니다.

  생각할 것이 많은 영화라서 주제도 좋고,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으며, 특히 거리의 악사로 변한 독재자가 연주하는 노래는 경쾌하면서도 슬퍼서 저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손자가 너무나 귀여워서 보고 있으면 미소가 저절로 지어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그런 손자가 결국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불안감에 슬프기도 했습니다.

  독재의 무서움과 허망함, 그리고 그 독재에 대항하는 방법에 따라 더 심한 폭력이 발생될 수도 있다는 현실적인 서사구조, 마지막에 반정부 인사들이 폭력에 폭력으로 대항하는 것에 대한 목숨을 건 반대 등은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의 선배들이 했던 독재에 대한 투쟁과, 우리도 했던 촛불에 대한 갈망이 모두 녹아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모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넷플릭스에는 다음 주까지만 공개된다고 하니 이번 주 중에 꼭 보시길 바랍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재미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이 영화가 주제만 좋다면 추천을 드리지 않겠지만, 여러 가지 다양한 요소들로 인해서 '보는 맛'도 훌륭한 작품입니다. 시간을 내서 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아주 만족할 만한 작품이어서 좋았습니다. 여러분들도 영화를 본 후 저와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화창한 봄에도 시간 내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빠마저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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