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마저씨입니다. 오늘은 희한한 영화 한 편 보려고 합니다. ‘엑스 마키나’라는 영화로, 제목은 굉장히 있어 보이고 포스터도 있어 보이고, 엑스 마키나의 뜻을 알고 나면 더 있어 보이는 영화입니다. 그래서 봤고요. 일단 ‘엑스 마키나’의 뜻부터 볼까요? 옛날 연극에서는 꼬여버린 서사를 풀기 위해 갑자기 신(god)을 등장시키는데, 등장 시에 기계장치를 이용해 멋지게 출연하는 것을 뜻하는 용어라고 합니다. 풀 네임으로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deus ex machina ]' 라고 합니다. 아무리 꼬여버린 상황도 전지전능의 신이 등장하면 다 해결되니까요.
매우 급작스럽고 간편하게 작중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정당화하는 사기 캐릭터나 연출 요소 등을 일컫는 말로 ex machina로 줄여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처럼 ‘엑스 마키나’로 말이지요.
그래서 마치 전지전능한 신처럼 등장하는 두 캐릭터의 이야기 ‘엑스 마키나’를 같이 보겠습니다. 있어 보입니다. 출발합니다. 물론 결말까지 다 공개 해야겠지요?
- ‘엑스 마키나’ 결말 포함 줄거리
줄거리도 있어 보입니다. 자세하게 쓰면 오히려 더 혼란스러우니 최대한 짧게 쓰겠습니다.
세계 최고의 프로그램 기업(느낌이 구글 같은?)에 들어간 주인공은, 신입임에도 사장님과 함께하는 프로그램 프로젝트 참가 이벤트에 당첨이 됩니다. 그래서 헬기를 타고 굉장히 외진 집(거의 요새 수준)으로 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매력적인 인공지능로봇 에이바(알리시아 비칸데르)를 만나게 됩니다.
에이바의 인공지능 테스트를 실시하던 주인공은 어느새 에이바에게 빠지게 되고, 그녀와 함께 사랑의 도피를 하기로 결심하고 사장님을 배신입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다른 문제가 터져 결국 사장님은 자신이 만든 인공지능 로봇에게 죽임을 당하고, 에이바는 탈출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버림받습니다. ㅜㅜ
라는 내용의 줄거리입니다. 줄거리가 굉장히 있어 보이지 않나요?
사장님과 신입입니다. 사장님은 신입을 이용해, 자신이 만든 인공지능의 테스트를 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인공지능로봇이 인간을 꼬시는 것을 보고 자신의 테스트가 성공했다고 좋아합니다. (사장도 정상은 아닌 듯). 그리고 우리 불쌍한 모태솔로 주인공은 로봇에게까지 눈탱이 맞고, 이 요새 같은 쉘터에 갇혀 버립니다.
로봇이 '알리시아 비칸데르'입니다. 그런데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지... 혹시 모르시는 분은 '툼 레이더'에 나왔던 그분입니다. 아니, 안젤리나 졸리 말고요. 리부트 영화요. 매력적인 눈을 가지고 있으며 굉장히 순수해 보이면서도 고혹적인 자태를 갖추고 있는 분입니다.
주인공이 인공지능 로봇(에이바)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실험처럼 보이지만, 사실 주인공을 꼬실 수 있는지에 관한 실험이었습니다. 결과는 성공입니다. 주인공은 괜한 혼돈을 느끼며, 이처럼 완벽한 인공지능이라면 '설마 나도?'라고 생각하며 자해를 하기도 합니다. 여러모로 주인공이 불쌍할 뿐입니다.
- ‘엑스 마키나’ 관람평
제목부터 있어 보이는 영화라서, 괜히 이런 영화 좋아하는 분들은 피해 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자 로봇의 포스터를 보고 그녀의 매력에서 벗어나기도 쉽지는 않고요.
영화는 일단 캐스팅이 좋습니다. 남자 주인공의 찌질성은 거의 최고이고, 사장님의 돌아이 기질도 배우를 통해 잘 드러나도록 연기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공지능로봇 에이바를 맡은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연기는 멋집니다. 연기를 잘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그 배우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에이바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져서 시너지를 냅니다.
안타까운 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주제도 심오하고 분위기와 연기도 좋은데, 문제는 이 영화가 재미가 없다는 것에 있습니다. 제 기준으로 봤을 때, 영화는 재미가 없습니다. 뭔가 시원한 한 방이 없습니다. 몽환적인 분위기와 눈빛과 대사로 이루어진 이 영화는 너무 몽환적이라 졸리기까지 합니다.
로봇들에게 절대적 존재(엑스 마키나)였던 사장님을 오히려 뒤통수치고 요새에서 탈출하는 인공지능로봇 에이바가 절대적 존재(엑스 마키나)로 부각되면서 끝나버리는 영화 '엑스 마키나'였습니다.
- ‘엑스 마키나’ 별점과 한줄평
별점 : 5점 만점에 3점입니다. 재미로 본다기보다는 교육용으로 보는 것이 더 좋을 듯 한 영화입니다.
한줄평 : 영화 속 재미의 '엑스 마키나'는 없다.
이 영화 보고 한 숨 푹 잤습니다. 다행히 꿈에는 안 나왔어요. 몽롱하지만, 잤다고 말하기엔 너무나 심오한 영화. 한 번 보면 10년은 봤다고 얘기할 만한 영화,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의 '투명한 옷' 같은 영화. '엑스 마키나'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빠마저씨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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