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바이오 하자드: 더 시리즈'의 공개와 비슷한 시점에 이번엔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 '레지던트 이블: 라쿤시티'가 또다시 공개됐습니다. 의도적인 공개 일정 같습니다. 참고로 '바이오 하자드'의 영미권 제목이 '레지던트 이블'이기 때문에 결국 그게 그것입니다.
바이오 하자드의 역사는 사실 상 '라쿤시티' 사태로 시작되기 때문에, 이 영화는 그 시점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리지널 시리즈는 '라쿤시티' 이후에 새롭게 건설된 '뉴 라쿤시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수십 년의 세월이 연결된 것입니다. 어쨌든 나왔습니다. '레지전트 이블: 라쿤시티'입니다.
- '레지던트 이블: 라쿤시티' 줄거리와 결말
세계적인 기업 '엄브렐러'가 세운 독립 도시 '라쿤시티'는 얼마 전부터 엄브렐러가 철수를 시작하며 유령화 되어가는 도시입니다. 그리고 그곳의 고아원에서 자랐던 '클레어'가 그곳을 도망쳐 나온 지 십 수년이 흐른 후에 다시 오빠 '크리스'를 찾아옵니다.
경찰인 오빠 '크리스'를 만난 '클레어'는 '라쿤시티'의 비밀을 폭로하는데, 그것은 엄브렐러가 이곳에서 진행 중이던 생화학 무기의 약품이 유출되어 무분별하게 사람들이 중독되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침 그때에 맞춰, 라쿤시티는 계엄령이 선포되고 모든 도로는 통제됩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생화학무기에 중독되어 신체가 변형되고 사람을 잡아먹으며 폭주하기 시작합니다. (좀비 화가 이루어진 것)
그러한 상태에서 경찰 '질 발렌타인'과 '크리스와 클레어', 그리고 겉멋 경찰 '웨스커'와 찐따 경찰 '레온'은 상황을 수습해 보려 하는데 이미 모든 시민들이 좀비화 된 상태여서 도시 자체가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탈출을 시도합니다.
그때, 연구실의 책임자이자 과거 고아원의 담당자였던 박사가 나타나 엄브렐러가 이곳에 폭탄 투하를 결정했다고 말하며 자신의 실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빼앗길 수 없다면서 화학물질을 직접 주입해 괴물이 되어갑니다.
급박한 상황에 배신을 때린 '웨스커'의 죽음을 뒤로하고, 그들은 지하 열차를 타고 아슬아슬하게 폭탄이 투하되는 도시를 빠져나가려 노력하는데 끝까지 쫓아오던 괴물이 되어버린 연구소 소장까지 처치하면서 무사히 탈출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끝이 납니다.
그리고 쿠키 영상으로 슬쩍 나타난 스파이 '에이다'가 죽었다가 생화학무기로 인해 부활한 '웨스커'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면서 영화는 진짜 끝이 납니다.
- '레지던트 이블: 라쿤시티' 인물관계 및 포인트
주인공 집단과 좀비들의 대립으로 보시면 됩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클레어, 라쿤 시티의 고아원에서 오빠와 자라다가 생체 실험의 위기에 처하자 도망간 후 성인이 되어서 나타납니다. 참고로 게임 캐릭터가 훨씬 매력적입니다.
뒤에 흐릿하게 보이는 청년은 찐따 경찰 '레온'. 영화 속에서 계속 찐따 짓만 하다가 주인공 버프를 받아 살아납니다. 원작 팬들에게 가장 욕먹은 캐릭터입니다.
왼쪽부터 '크리스'(클레어 오빠) 그 옆은 그냥 조연, 여자는 '질 발렌타인' 마지막은 '웨스커'입니다. 모두 라쿤 시티의 경찰들이며 초반에는 사건을 해결하려 했지만 나중에는 도망치기 바쁩니다.
'크리스'가 게임 속 캐릭터와 약간이나마 비슷합니다. 나머지 두 캐릭터는 변주라고 하기엔 너무 망가진 상태로 등장합니다. 이 영화의 큰 패착입니다.
지하로 연결된 기차를 타고 탈출한 다섯 명은 끝까지 살아남습니다. 가운데의 여자 아이는 이런 류의 영화에 항상 등장하는 연약함의 상징입니다.
이렇게 모아 놓고 보아도 역시 미스 캐스팅에 캐릭터 붕괴입니다.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 영화는 떼로 나오는 좀비 장면보다는 대저택 (알고 보니 연구실)에 등장하는 몇몇 좀비들과의 혈투가 대부분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초반에 등장하는 이 대머리 박사님 좀비의 첫 등장은 충격적입니다. 게임 속 추억의 공포 장면이 바로 떠오를 정도입니다.
이 영화는 주인공들 캐릭터와 서사를 제외하고는 꽤 만족스럽습니다. 그런데 영화에서 캐릭터와 서사를 빼면 뭐가 남는지는 의문입니다.
캐릭터와 서사를 빼면 이렇게 배경이 남습니다. 게임 속 배경과 거의 일치하게 꾸며놓은 라쿤 경찰서 전경입니다.
초반의 무대는 경찰서이고 중후반의 무대는 대저택인데, 마치 게임 속 트레일러는 보는 것처럼 상당히 멋지게 꾸며 놓았습니다. 이 점만큼은 칭찬받을 만합니다.
- '레지던트 이블: 라쿤시티' 별점 및 한줄평
*별 점 : 5점 만점에 2점
*한줄평 : 고인물과 뉴비 모두에게 욕먹은 영화
이 영화는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레전드 호러 게임 '바이오 하자드'(영제는 레지던트 이블)를 제대로 계승하리라는 야심으로 만들어졌는데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리메이크 작품 '바이오 하자드 RE2'라는 게임의 서사를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서사가 워낙 좋으니 그대로 연출했어도 괜찮은 작품이 나왔을 것입니다.
그런데 감독의 욕심이 과했는지 수십 년 동안 출연했던 게임 속 많은 주인공들을 한자리에 다 몰아넣어서 이야기 자체가 꼬여 버렸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크리스'를 제외하고는 게임 속 캐릭터와 영화 속 캐릭터의 싱크로율이 전혀 맞지 않아서 원작 팬들에게는 몰입이 되지 않는 것을 떠나서 화가 날 지경이라는 점입니다.
카리스마 악당 '웨스커'를 동료를 배신한 찌질한 경찰로 만들고, 존재 자체가 완벽인 '질 발렌타인'을 그냥 드센 여경찰로 바꿔버렸습니다.
무엇보다 좀비 살인 병기이자 그동안 게임에 등장하는 최고의 히어로 '레온'을 세상 찐따 캐릭터로 만들어 놨습니다. '에이다'에 관한 이야기는 가슴이 아파서 못하겠습니다.
'게임 좀 했다고 영화에서 왜 게임 이야기만 하면서 오타쿠 티를 내는가?'라고 누군가 이야기한다면 억울합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의 기획 자체가 '최대한 원작에 충실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원작에 충실한 작품이라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캐릭터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욕을 먹어도 당연한 것입니다. 저 역시도 그런 면에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게다가 게임을 모르는, 처음 이 작품을 접한 사람들에게는 게임의 서사의 사전 지식이 없으니 (고인물이라면 메울 수 있는) 연출 시에 생략된 캐릭터의 설명이나 스토리 상의 구멍들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뉴비도 이 게임에 뉴비둥절 하게 됩니다.
하지만, 화면의 구성과 게임 속 배경을 거의 완벽하게 구현해 놓은 영상미는 칭찬해 줄 만합니다. 그리고 좀비들의 모습과 주인공들이 어둠 속에서 좀비와 싸우는 모습 등은 상당히 멋지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욕할 것은 하더라도 영화를 보는 재미는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원작을 아시는 분들은 욕하면서 보시라고 추천드립니다. 완성도는 떨어집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끌리는 뭔가가 있습니다. 마치 욕하면서 본다는 아침드라마 같은 느낌입니다.
기대했던 작품에 실망해서 말이 길어졌습니다.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요즘 리메이크되는 작품들이 자꾸 제 마음속 대작들을 오히려 깎아내리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빠마저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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