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은 분위기의 포스터와 제목 때문에 꺼리다가 보게 된 영화가 있습니다. 제목이 '기적'입니다. 이런 제목의 영화는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리는 장르입니다만 정말 우연히 봤다가 상당히 '호'한 느낌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수학 천재 소년이 자신의 마을에 없는 간이역을 만드는 기적 같은 이야기'라는 시놉시스도 약간 오그라드는 내용입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시놉과 동일합니다. 그런데 영화가 상당히 몰입이 잘 됩니다. 서정적인 연출과 주인공들의 열연이 쌍끌이로 잘 마무리를 짓고 있습니다. 영화 '기적'입니다.
-'기적' 줄거리와 결말
주인공 '준경'(박정민)은 자기를 낳다가 돌아가신 엄마를 대신해 자신을 키워준 누나' 보경'(이수경)과 아주 소박하게 살아갑니다. (아빠는 직장문제로 따로 나가서 살고 있습니다)
너무나 작고 외딴 마을이었던 고향은 버스는 물론이고 기차역도 없어서 읍내로 나가려면 걸어서 두 시간을 그것도 철길을 걸어서 이동해야 하는 열악한 곳입니다. 그래서 사고로 사람들이 죽기도 하는 안타까운 마을이었습니다.
동네에서 신동 소리를 들을 정도로 천재적인 수학적 자질을 지닌 '준경'은 읍내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아름답고 쾌활한 같은 반 소녀 '라희'(윤아)를 만나게 됩니다.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라희'는 그를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도록 응원하지만 사실 '준경'은 마을에 간이역이라도 생겼으면 하는 마음에 대통령에게 50통이 넘는 편지를 쓰고 있는 상황이었고 늘 답장 없음에 좌절하여 의기소침해 있는 상태였습니다.
여러 가지로 노력을 해도 역이 생기지 않자, 결국 '준경'은 마을 사람들과 힘을 합쳐 스스로 간이역 '양원역'을 만들게 되는데 이런 노력에도 정부는 만들어진 역도 지나치면서 사람들을 더욱 절망에 빠뜨립니다.
그런 와중에도 '준경'과 '라희'는 서로에 대한 사랑을 알콩달콩 키워나가고 '라희'가 자신과 함께 서울로 가서 공부하자는 말을 하는데 '준경'은 누나를 홀로 둘 수 없어서 고민을 합니다.
그러던 중, 마을에서는 또다시 철길 사고가 일어나고 '준경'은 잊고 있던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사실 누나는 어릴 적 '준경'의 시상식에 다녀오던 길에 철길 사고로 죽었고 어린 '준경'은 누나가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자신의 상상 속에서 누나를 만들어 지금까지 같이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준경'은 잊고 있었던 사실에 크게 절망하고 서울 유학을 포기하는데, 마침 '준경'의 천재성을 지켜보던 학교의 선생님이 우주항공국 '나사'의 국가 장학생 선발 시험을 신청해주지만 '준경'은 그 시험도 포기하려 합니다.
하지만 누나의 응원과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기관사인 아빠가 간이역 '양원역'에 무단으로 열차를 세우면서까지 '준경'을 닦달해서 강제로 서울로 올라가 시험을 보게 하고, 얼마 후 '준경'은 당당히 합격합니다.
오랜만에 아버지와 함께 하는 저녁시간, 서로가 서먹한 가운데 사실 '준경'이 엄마와 누나가 자신 때문에 죽었다는 미안함과 죄책감에 힘들어한다는 것을 깨달은 아빠는 그동안 숨겨왔던 진실을 이야기합니다.
아빠는 '준경'을 낳는 날에도 직장의 일을 고집하다가 엄마의 분만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누나가 죽던 그 시간에 기차를 몰았던 것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고백하며 그 때문에 자신 역시 '준경'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고 말하며 진심을 전하고 그렇게 부자간은 화해를 합니다.
미국으로 가는 당일 '준경'은 자신의 고향에서 누나와 이별하고, 공항으로 자신을 마중 나온 '라희'를 만나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수학 천재인 준경은 자신의 꿈을 잠시 접고,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간이역 건설에 최선을 다 합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의 응원으로 결국 꿈을 찾아 떠날 수 있게 됩니다.
'박정민' 배우는 항상 역할에 딱 맞는 연기로 호평을 받고 있어서 늘 믿고 보는 배우입니다. 이 영화도 역시 그러했습니다. 촌놈의 어리숙함과 그의 천재성 그리고 간이역을 위한 진심이 마치 실존 인물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지역 유지인 국회의원의 딸 '라희'는 '준경'의 천재성과 독특함에 호기심을 갖고 지켜보다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스스로를 '뮤즈'라고 부르면서 '준경'에 대한 애정으로 그를 꾸준하게 챙겨줍니다.
요즘? 사람들은 '윤아'님을 원래 배우로 알 정도로 이제는 확실한 위치에 올라간 듯합니다. 인형 같은 외모로 인형 같은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고 있어서 전혀 현실성이 없을 정도로 몰입이 가능합니다. (뭔 소리지??)
이래 보여도 저 둘이 고등학생이다 보니, 응큼한 생각도 합니다. 그래도 영화가 매우 착해서 둘의 사랑은 알콩달콩 귀여운 수준입니다. 둘의 케미가 좋아서 '엑시트'보다 현실적인 그들이 참 보기 좋습니다.
그나저나 이 둘의 러브스토리를 보면서 설렘보다는 자꾸 아빠의 마음으로 보게 되는 안타까움에 많이 슬퍼졌습니다. 설렘이 느껴지신다면 여러분들은 아직 청춘!!
누나는 동생의 부탁으로 귀신이 되어서도 동생과 함께 생활합니다. 진정한 누나입니다. 마지막 동생이 유학 가는 열차에서 동생을 응원하며 사라지는 모습에 뭉클해졌습니다.
'이수경'배우는 제가 잘 모르는 배우인데, 이 영화에서 정말 멋졌습니다. 게다가 비현실적인 '윤아' 배우보다 매우 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이수경' 배우가 훨씬 눈에 잘 띄며 몰입도 잘 됐습니다. ('이수경' 배우 의문의 1패?)
아버지는 무뚝뚝하지만 속이 깊고, 방관하는 것 같지만 누구보다 자식을 사랑합니다. 그 시대(1980년대 후반)의 전형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입니다.
'이성민' 배우의 연기는 말해봐야 입만 아픈 그런 멋진 연기를 보여주기에 자세한 언급은 생략합니다.
마을 사람들을 위해 손수 만든 신호등을 설명하는 모습입니다. 시간이 흐르자 신호등이 고장 나 사고가 나서 그 사건을 계기로 주인공이 누나의 죽음을 다시 떠올리며 가슴 아파합니다. 예상치 못했던 반전에 좀 놀랐습니다. (이상하게 이런 반전에 뭉클합니다. 대표적으로 '헬로 고스트')
합격 발표가 나고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입니다. 안타깝게 누나는 주인공에게만 보이지만 그래도 화목한 저녁시간입니다. 여기서도 주인공의 개그는 빛을 봅니다.
최초 민자 역사인 마을의 간이역 '양원역'은 정말 실존하는 역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 다른 교통수단의 발전으로 다시 문을 닫았다가 관광열차가 운행되면서 재개했다고 합니다.
-'기적' 별점 및 한줄평
*별 점 : 5점 만점에 4점
*한줄평 : 착한 영화는 보는 사람도 물들인다.
따뜻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끝까지 본 영화입니다. 뻔한 스토리라고 할 수도 있지만, 영상과 주인공들과의 관계가 잘 형성되어 있어서 불편함은 전혀 없었습니다.
주인공 두 남녀는 너무나 케미가 좋았고, 동네의 모습과 역사 주변의 풍경도 왠지 정감이 넘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누가 같았던 '이수경' 배우의 연기가 가장 좋았던 것 같습니다.
주민이 직접 만든 역사에 기차가 서게 된 것도 기적이고, 주인공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미국 유학을 갈 수 있게 된 것도 기적입니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두 주인공의 로맨스도 기적이었습니다.
이런 다양한 기적들은 어색함과 무리수 없이 잔잔하게, 가끔씩 코믹하게 풀어내서 참 따뜻한 영화라고 생각이 됩니다. 곧 넷플릭스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하니 적극 추천드립니다. 아이들과 봐도 좋은 영화 같습니다.
추운 겨울 따뜻하게 보내시라고 훈훈한 영화 한 편 소개드리고 물러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빠마저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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